“함께 웃는 내일”

6회 다링안심캠페인 희망수기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2017년 8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북한이탈주민 특유 억양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녀는 남한에서 가정을 이뤄 3명의 자녀를 출산했다고 하니 “꽤!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있구나!” 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흐느끼며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는 고단한 삶, 그 자체였습니다.

그동안 일용직을 전전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은 어린 세 자녀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러던 중 그녀에게 예기치 않은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미성년자 자녀 중 한명이 성폭행 피해자가 되었고, 가해자는 친부라는 충격적 사실이 현실로 닥쳐온 것입니다. 센터에서는 심리치료의 도움을 주었고 심리평가결과 세 자녀 중 두 명이 정서장애와 지적장애로 판명되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엄마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자녀 양육에 대한 현실도피와 함께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를 계속 설득하고, 설득하면서 센터에서는 엄마와 아이들에게 50회기에 걸쳐 세심한 심리치료를 통해 안정감을 찾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학원에 등록토록하여 한식조리사 자격증 취득에 도움을 주었고, 지금은 치킨가게를 개업·운영하는 등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함께 하였습니다. 그 이후 온 가족이 센터 직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남한에 온 지 19년 만에 처음으로 문화공연을 관람하는 등 마음의 문을 열고 웃는 모습을 통해 그 가족의 희망을 엿 볼 수 있었습니다.

센터에서 모든 상담의 시작은 이런 경우와 같이 전화한통으로 시작이됩니다. 수화기너머 들려오는 작은 한숨 소리까지 듣고 공감하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신뢰를 쌓아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출발점을 만들게 됩니다. 피해자들은 사람을 대하는데 두려움이 있기때문에 깊은 신뢰가 없이는 방문상담을 허락하지 않고 온전히 자기편이라고 생각해야 이를 허락하곤 합니다. 그러기에 센터에서 “찾아가는 방문상담”이라는 계획을 생각해내고도 섣불리 시작하지 못한 것이 그런 이유였습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찾아가는 방문상담’을 시행하여 최근 1년 동안 58건의 가정방문상담과 271건의 면접상담이 큰 위로와 힘이 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가해자들이 처벌받으면 사건이 정리되는 것 같지만 피해자들은 사회적 편견과 낙인으로 이중의 고통을 받게 됩니다. 믿음이 깨져 불신에 가득찬 피해자를 볼 때마다 사회적 책임 또한, 느끼게 됩니다.

법정동행 및 재판에 대한 모니터링 지원을 하고 결과를 안내할 때 쯤 되면 피해자들은 솔직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마음의 유대가 형성됩니다. 최근 센터에서 1년간 지원한 대상자의 73%(퍼센트)가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장애인, 입양아동, 북한이탈주민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으로 한결같이 범죄환경에 취약한 분들입니다. 우리 센터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사례관리, 찾아가는 방문상담, 치유프로그램, 주거환경개선, 문화공연관람, 가족여행보내기 등을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우리와 같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 살만한 세상을 보았습니다. 작은 일부터 꼼꼼하게 보살펴주신 마음 늘 잊지 않겠습니다. 작은 사람을 큰사람으로 만들어주신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 그간의 고단함이 풀리고 큰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 저는 일로 인해 소진되지 않도록 자기 점검과 충전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고 “상담은 희망의 징검다리이고 상처치유의 출발점”이라는 신념으로 범죄피해자 그리고 그 가족들과 “함께 웃는 내일”을 만들 것입니다.

끝으로 예언자인 칼리지브란의 명언을 늘 마음에 담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가 만약, 어떤 이의 마음속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수 있다면 그에게 있어 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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